오늘을 잊지 못할 거 같다. (참고로 2주 전)
마트에서 처음으로 부침개를 부쳐먹겠다고 부침가루를 사본 날.
그 전에는 아이들 미술 촉감놀이 하느라 밀가루만 사봤지. 하얀가루가 집에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애호박에 계란물 붙이는 접착제 역할 정도...? 그 마저도 시도해 본 지가 10년 전인 것 같다. 대학 때 룸메랑 실험정신으로 도전 했던 참치 전이나 김치밥전 할 때도 썼던 거 같은데 가물가물하다. '요.알.못' 인 나는 부침가루 튀김가루인지 이름 자체만으로 엄마나 이웃집 아줌마, 요리사나 써야 할 것만 같은 넘사벽 느낌이기에 한 번도 시도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만 같다. 대학가에 막걸리 집 전은 여러 명이서 우르르 모여가서 먹으면 엄청난 크기의 막.썬. 대파와 양파를 한참 걸러내기에 바빴고 꽤 한다는 전집은 전 가격 치고는 비싸다는 생각이 있었다. 도대체 동래파전이랑 감자전은 왜 그렇게 비싼 걸까.
각설하고 오늘은 마트에서 천오백 원짜리 부추를 부여잡고 온갖 고민을 했더랬다. 저번 주에 새로 시도한 국수에 넣을 부추가 필요했는데 양이 혼자먹기에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싸다고 쟁여놓았다가 썩어나가는 식재료를 처리해 본 사람이라면 가격은 접어두고 내가 왜 마트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는지 이해할 것이다.
부추전의 재료는 세상 간단하다.
부침가루, 물, 부추, 소금 조금
세 가지가 끝이다. 간장과 볶은참깨가 있다면 정말정말 더 맛있어진다.
나는 대학 때의 실험정신을 가미해 한쪽 면에 계란을 풀었다. 사진은 없는 이유는 망했기 때문이다.
제품과 블로그마다 비율이 다르겠지만 내가 구매한 백*부침가루는 500g에 800ml물을 넣으라고 하니 걍 눈대중으로 보고 걸쭉하게 넣었다. 그런데 부침개 몇 개를 붙이며 안 사실인데 이 부침가루와 물의 농도가 맛에 큰 기여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1:1 로 넣어도 맛있고 1:1.2로 넣어도 1:2로 넣어도 맛있지만 너무 묽지않으면서도 조금 묽게 하는 게 (뭐래니 ;;) 기술인 것 같다. 맨 처음에 요리한 부추전을 먹어보고 이걸 내가 만들다니 이러며 두 판을 먹었는데 생각보면 그 때의 부추전은 망한 상태였던 것 같다 ㅋㅋ
다음 사진은 내가 부추전과 함께 먹었던 국수들. 첫번째는 간장칼국수, 두번째는 고춧가루 칼국수.
두번째 고춧가루 칼국수는 소울푸드임. 아삭거리는 식감의 시금치가 장난 아님. 하지만 비빔국수와 부추전의 조합을 경험한 뒤 이들의 궁합은 베스트가 아니였음을 깨달았다. 딱 한번 팔*비빔면과 부추전의 조합을 경험하고선.
결국 종착역은 비빔면과 부추전을 한 그릇에 다 쑤셔넣은 이런 상황까지 오고야 말았다... 하아
부침개에 대해 더 덧붙이자면 역시 튀김과 부침은 기름맛과 간장맛으로 먹은 다는게 사실이었다. 백과사전 두께로 소금만 넣고 부쳐도 제품만 잘 고르면 혼자서도 부침가루 1kg 을 거뜬히 먹을 수 있다. 그 집 전은 반죽이 다르다는 건 개.구.라.다. 역시 라디오 황금시간대에 광고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백설 그리고 부추전은 역시 맹숭맹숭하게 아무것도 없이 부추만 빽빽하게 넣어서 먹는 게 제격이다.